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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계의 끝판왕을 구입하기까지 : 리얼포스 R3 TL 3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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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구입 결정
2. 모델 선택
3. R3 이모저모
4. 결론

 

1. 구입 결정

변리사의 기본 업무는 글쓰기입니다.
명세서 쓰기, 검토 보고서 쓰기, 의견서 쓰기, 및 메일 쓰기 등.
매일 같이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쓰기로 먹고 사는데.. 키보드를 좋은 걸 쓰면 어떨까?

 
RPG 게임에서도 장비의 중요성은 설명할 필요도 없죠.
사무직의 주요 장비는 컴퓨터, 마우스, 그리고 키보드입니다.

그중에서도 키보드는 손으로 직접 타이핑하는 생산 도구입니다.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장비라고 할 수 있죠.

사무실에서 써야 하니 소음이 너무 크면 안 되고, 오랜 시간 타이핑을 하니 손가락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 중 '저소음 적축'도 후보였지만, 그러다가 결국 끝판왕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키보드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리얼포스"와 "해피해킹".
사실 둘 중에서 고민은 없었습니다.

"해피해킹"의 키보드 배열은 도저히 적응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리얼포스 R3"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보니, 막상 구입하기가 굉장히 고민스러웠습니다.
 

좋은 점 나쁜 점
키보드 끝판왕 이미지 (브랜드) 매우 비싼 가격 (39만)
낮은 피로도 보강판 녹 발생 이슈
 커스텀 기능 뽑기 운
  한정된 수리 서비스
  러버돔 경화 이슈 (오랫동안 미사용 시)
  무선 연결 시 짧은 건전지 교체 주기 (약 3개월)
  정식 유통품 구입 시 만성적인 재고 부족

 
키감이나 디자인은 주관적인 부분이니, 장단점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쁜 점이 더 많아 보입니다.
 
나쁜 점 중에서 저는 무엇보다 "보강판 녹 이슈"가 가장 신경 쓰였습니다.
아니, 싸구려 키보드도 아니고 끝판왕 키보드라면서 녹이 생긴다고?
네, 생깁니다.  심지어, 이전 모델인 R2는 아주 높은 확률로 생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R2 부터 보강판에 부식을 방지하는 처리(방청 처리)를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용자들이 부식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보강판의 절단면도 방청 처리를 하면서 조금 더 개선되었다고 합니다만..
 

보강판에 녹이 발상해도 A/S 대상이 아님

 
R3는 아직 발매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인지, 검색해 봐도 R3 모델에 대한 녹 이슈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더군요.
그리고 판매처 중 하나인 '리더스키'에서도 R3에 대해서는 녹 관련 A/S 내용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니(23년 03월 기준), R3 모델에서의 녹 발생 이슈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리얼포스 수리는 레오폴드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리더스키에는 녹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을 수 있습니다.)
 

R3 보강판 녹 질문에 대한 '리더스키'의 답변 내용

 
검색을 하면 할수록 리얼포스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결국 끝판왕에 대한 궁금증과 로망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생산 도구인데, 한 번쯤은 써보자.

 
그렇게 이미 제 마음은 리얼포스 R3의 구입을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2. 모델 선택

긴 고민 끝에 리얼포스 R3의 구입을 결정하니, 또 다시 모델 선택의 고민이 찾아옵니다.  선택장애
 

가. 색상

"화이트"는 변색이 된다고 하니 패스.  그렇지만 예쁩니다.
그러면 남은 건 "블랙"과 "그레이블루"인데, 오래 쓸 키보드이니 가장 무던한 "블랙"으로 우선 결정합니다.

다만, 먼지가 쉽게 보일 것 같아서 약간 걱정입니다.

 

문제는 "블랙"과 "화이트" 모델은 모두 품절 상태입니다.
그런데 마침 리얼포스의 한국 공식 판매처인 레오폴드와 리더스키에서 "블랙" 색상의 소량 입고 소식이 들려옵니다.
"블랙" 구매에 실패하면 "그레이블루"로 가지, 뭐..
 
그런데 "그레이블루"는 왜 리얼포스 공식 홈페이지에 없을까요?
한국 한정 유통 모델인 것인지, 검색해 봐도 명확한 내용은 찾지 못했었습니다.
 

나. 레이아웃

"풀배열"로 갈까, "텐키리스"로 갈까.
사실 이번에 키보드를 구입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의자에 장시간 앉아서 타이핑을 해야 하니, 타이핑 자세를 생각하면 텐키리스로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풀배열 키보드를 사용하면, 오른쪽의 넘버 패드 때문에 자세가 살짝 왼쪽으로 틀어지게 되거든요.
그리고 넘버 패드만큼 마우스가 오른쪽에 위치하게 되어서, 마우스를 사용할 때 오른쪽 어깨가 더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업무용이다 보니, 넘버 패드의 활용도가 클 것 같습니다.
엑셀을 사용할 때나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무의식적으로 넘버 패드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커뮤니티를 뒤져보면 업무용은 무조건 풀배열이라고 합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텐키리스"로 결정했습니다.
피로도를 생각하면 자세가 더 중요하고, 넘버 패드는 정말 필요하면 별도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텐키리스에 적응 못하면 구입할 후보 : 마이크로소프트 무선 넘버 패드

 

다. 키압

30G 균등으로 결정.
가장 기본 모델인 45G랑 고민했지만, 장시간 타이핑을 고려하면 30G가 더 적합할 것 같았습니다.
키감도 중요하지만, 업무용으로서는 피로도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게, 어차피 45G는 재고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정식으로 발매되는 R3 모델은 모두 키압이 "균등" 모델입니다.
덕분에 균등/차등에 대한 고민거리 하나는 없어졌네요(?).
 

라. 언어

이전까지는 계속 한글 키보드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영문으로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오른쪽 "Alt" 키가 한/영 키 역할을 하고, 예전에 한자 키로 입력하던 특수문자도 이제는 "Win + ."으로 입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스페이스 바가 긴 형태가 타이핑에 더 편할 것 같았습니다.

 

3. R3 이모저모

가. 박스

REALFORCE 박스

'리더스키'에서 "R3 TL BT 블랙 저소음 APC 영문 30G 균등" 모델이 입고되자마자 구입했습니다.
리얼포스는 인기가 엄청 많다고 해서 긴장했었는데, 입고된 후 며칠이 지나도록 재고는 여전히 남아있더군요.
다만, 한 번 품절되면, 재입고까지는 기약도 없이 오랫동안 기다리긴 해야 합니다.
그만큼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리얼포스 박스는 깔끔하고 고급스럽습니다.  39만 원짜리 박스니까
다만, 구성품은 정말 단순합니다.
키보드, USB 케이블(C to A), 건전지, 및 매뉴얼.  이게 끝입니다.

나. 키보드 외관

REALFORCE R3TL BLACK 30G

리얼포스 R3의 디자인은 클래식합니다.
텐키리스라고 하더라도, 슬림형 풀배열 키보드에 준하게 가로가 길고, 무게도 무겁습니다.
 
"블랙" 색상은 실제로는 "그레이"에 더 가깝습니다.
색상 때문에 키캡의 글자가 잘 안보일 줄 알았는데, 일반적인 사무실의 밝기에서는 생각보다 잘 보입니다.
 
리얼포스 R3의 타이핑 첫 느낌은 "소복소복" 이었습니다.  빙수인가
무접점 키보드답게, 다른 키보드처럼 키가 눌러지면서 바닥면과 충돌하는 느낌이 없고, 누르는 키감이 정말 가볍고 좋았습니다.
러버돔과 스프링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주면서, 손가락에 누적되는 피로도가 훨씬 적은 느낌입니다.
물론, 반대로 말하면, 키가 눌리는 구분감이 강하지 않습니다.
이런 가벼운 타건감은 분명 호불호가 있는 영역일 것 같습니다.
 
사실 타건감에 대한 부분은 아무래도 글로 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입 전에 유튜브로 영상을 여러 개 보기도 했지만, 저는 타건 영상이나 소리만으로는 느낌을 파악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실제로 타건을 해보는 게 제일 좋겠지만, 사정상 그럴 수 없어서 그냥 질렀습니다(?).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저는 리얼포스 R3 타건감에 매우 만족합니다.
 

다. 뽑기 운 체크

놀랍게도, 39만 원 키보드 주제에 뽑기 운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뽑기 운은 "리얼포스" 구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리얼포스 R3 구매 전 필독 사항

 
리얼포스 R3의 판매 페이지에 있는 구매 전 필독 사항입니다.
요약하면, 제품별 편차가 있고, 대부분의 편차는 불량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입력이 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량이 아님!)
 
대표적으로 뽑기 운이 작용하는 요소 중에는 (1) 하우징 상판의 유격, 그리고 (2) 스페이스 바가 있습니다.
 

하단의 하우징 유격

 

하우징 상판의 유격은 저 빨간색 박스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단순한 유격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저 부분을 눌러보면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그러면서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리얼포스 R3는 패널 시트 변경이 가능

 

리얼포스 R3 모델부터는 하우징 상판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하우징 유격 현상은 거의 대부분의 제품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보입니다.

 

스페이스 바 수평 체크

스페이스 바는 스테빌라이저 소음이나, 수평이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행히 제가 받은 제품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휴우

이러한 이슈는 스페이스 바뿐만 아니라, 스테빌라이저가 들어가는 엔터 키나 쉬프트 키 등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매 전 필독 사항 참고)
 

라. 부가 기능

리얼포스 키보드는 APC 기능을 통해, 언제든지 키 입력을 판단하는 깊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APC 기능 설명

APC 설정을 바꿔가면서 타이핑해 보니, 실제로 타건감에 차이가 있더군요.
물론, 축이 달라지는 정도의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이핑할 때 느껴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 2.2mm가 가장 무난한 것 같은데, 신중하게 글을 써야 할 때는 3.0mm로 조절해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APC 조절은 리얼포스 키보드 타이핑 시 소소한 재미를 주는 포인트입니다.
무접점 방식(정전용량식)의 키보드이기에 가능한 기능이기도 하지요.
 

REALFORCE CONNECT

리얼포스 R3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REALFORCE CONNECT

이 화면에서는 펌웨어 업데이트나, 키 스트로크, 히트맵, 숫자, 배터리 잔량, 그리고 블루투스 연결 시 에코 모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히트맵은 키마다 누른 횟수를 측정해서, 어떤 키를 가장 많이 눌렀는지를 보여줍니다.
 

REALFORCE CONNECT

그리고 APC 기능은 전체적으로도 조절 가능하지만, 각각의 키 별로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보통 새끼손가락의 힘이 가장 약하니, 새끼손가락으로 치는 키의 깊이를 얕게 해 주면 타이핑이 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본인에게 맞게 이것저것 커스텀이 가능합니다.
마치 커스텀 키보드처럼, 나에게 최적화된 키보드가 되는 것이죠.
 
리얼포스 소프트웨어에서 키보드 리매핑도 가능합니다.
윈도우용(A)나 맥용(B)으로 프로필을 설정해 두고, 전원 키로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결론

 

분명 좋기는 한데.. 리얼포스는 감성으로 쓰는 물건인 듯

 
리얼포스 R3 키보드는 분명 좋은 키보드입니다.
많은 키보드를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무접점 방식에서 오는 키감도 독특하고, 장시간 타이핑 시 손가락의 피로도도 훨씬 적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고려하면, 키보드라는 기계로서의 완성도는 아쉽습니다.
이 정도 가격대의 키보드에서 녹 이슈나 뽑기 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만듦새가 아쉽습니다.
 
모든 제품들이 그렇듯, 일정 이상의 가격대로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감성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키보드로서의 완성도로만 보면, 10만 원대의 레오폴드, 키크론, 및 드루갓(듀가드) 등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리얼포스"라는 브랜드가 주는 감성이나 이미지가 큰 것 같습니다.
그냥, 한동안은 키보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끝판왕"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만족감은 이런 부분에서 오는 게 아닐까요?
 
이미 구입한 이상, 저를 리얼포스에 맞춰서 써보겠습니다.
사실 무선 사용 시 배터리 수명이라던가, 절전 모드의 불편함이라던가.. 아직 다루지 못한 내용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리얼포스 R3를 계속 사용하면서, 더 업데이트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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