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실무자를 위한, 진보성 판단에 대한 경험 하나를 공유합니다.
한국에서 특허 실무를 8년 정도 경험해보니, 거절이유통지의 거의 90% 이상은 진보성 위반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진보성은 특허 무효사유 중 70%를 넘는 압도적 수치를 차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박성수, “특허법원 판결로 본 특허의 유효성 분석 - 진보성 판단을 중심으로”, 지식과 권리 2007년 봄·여름호(2007. 6.), 26~27.).
따라서 진보성 위반의 극복은 특허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한국과 미국 모두에 특허출원을 진행하고, 각각 심사 결과를 받은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심사 결과는 모두 진보성 위반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먼저 심사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진보성 위반을 극복하고 굉장히 넓은 범위의 청구항으로 등록결정을 받았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그와 동일한 청구항 형태로는 진보성 위반을 극복하고 등록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국과 미국의 진보성 극복에 대한 부분이 궁금해져서, 한번 Microsoft Bing에게 물어보았습니다.
https://sl.bing.net/e30F3csZoMm
Bing의 대답 중, 제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특허소송에서 진보성 판단방식의 변화과정,
개선노력과 향후 방향
–미국과의 비교, 특허법원의 새로운 경향 및 진보성 판단의 실증을 중심으로
설민수
이 논문은 한국과 미국의 진보성 판단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절차적 진보성을, 한국은 실체적 진보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Bing이 요약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선행기술과의 차이를 통상의 기술자가 도출할 수 있었는지를 증거에 기초하여 판단하면서, '예측 가능성'이라는 실체적 개념이 진보성 판단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선행기술과의 차이로서, 새로운 기능이나 효과를 만들어내는 '상승효과(Synergy effect)'가 진보성을 인정하기 위한 일반 요건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비록 2016년에 발표된 논문이지만, 특허 실무자로서 2023년에도 여전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진보성 위반을 극복하기 위한 일반적인 2가지 방법은 (1) 선행기술들의 결합이 용이하지 않거나, (2) 결합을 하더라도 본 발명의 구성이나 효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1)은 절차적 진보성에 대한 대응에 가깝고, (2)는 실체적 진보성에 대한 대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무 경험이 많지 않았을 때는, 의견서에 선행기술의 내용보다는 본 발명의 내용을 더 많이 기재했습니다.
본 발명은 이런 저런 구성이 있고, 고유한 효과가 있으니, 진보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라는 논리였죠.
즉, (2)에 가까운 방법이었습니다.
실무 경험이 쌓여가면서, 본 발명보다는 선행기술에 대한 내용을 다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심사관은 선행기술을 근거로 진보성 위반의 거절이유를 통지했으니, 그 근거가 된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었죠.
의견서에는 본 발명의 구성이나 효과보다는, 선행기술에 기재된 내용에 대한 부분을 더 많이 할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선행기술에 기재된 내용은 본 발명과는 다른 내용이라거나, 선행기술들에 기재된 내용대로 결합하면 'A'라는 구성이 도출될 뿐인데, 본 발명은 'B'라는 구성을 가진다는 내용을 기재하는 방향이었습니다.
즉, (1)에 가까운 방법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1)의 방법으로 진보성 위반의 거절이유를 극복하는 비율이 늘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변수가 숨어있었습니다.
바로, 발명의 분야였습니다.
(1)의 방법은 기계 분야에서 주로 사용했고, (2)의 방법은 전자 분야에서 주로 사용했습니다.
저는 기계 분야에서는 '힘의 전달'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기계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구조는 드뭅니다.
그래서 선행기술들에 기재된 구조가 본 발명과 다르다거나, 결합을 하더라도 본 발명의 구성이 도출되지 않는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기계적 구조는 어떠한 목적이나 기능에 특화되기 때문에, '효과'가 다르다는 것은 다른 발명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결국, 차이점을 주장할 수 있는 포인트는 구조(구성)가 다소 비슷하더라도, 다른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전자(특히,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분야는 구조가 눈에 보이지 않고, 기능이나 효과를 다양하게 구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실 구성이 비슷하더라도, 어떻게 응용하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즉, 발명 자체의 변형이나 다른 목적의 적용만으로도, 효과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구현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효과보다는, 선행기술과 구조/구성이 다르다는 내용이나, 선행기술들을 결합하더라도 본 발명의 구성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하면, 전자 분야는 구조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절차적 진보성 판단의 경향이 있고, 기계는 구조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보성 판단의 경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각각의 특성에 맞는 대응 방법이 더 설득력이 있겠죠.
사실, 진보성 판단은 실무에서도 가장 어렵고, 난해한 부분입니다.
이런 진보성 판단을 단순히 국가에 따라서, 또는 분야에 따라서 딱 잘라 요약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위의 논문을 통해서 한국과 미국의 진보성 판단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개인적인 경험으로 연관시켜 보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특허 실무를 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위의 논문을 정독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특허 실무를 경험하면서, 진보성 판단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정치하게 가다듬어 볼 생각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특허 실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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